Chapter 7 : 어둠의 끝을 향해



    오우란 홀룬 왕성으로 돌아온 로이들은 루프라로부터 충격적인 전설과 함께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비밀과 앞으로 수행해야 할 대리자의 사명에 대해 전해듣는다.

    500년 전 전신 위오는 암흑신이라고도 불리우는 마신을 죽여 그 육체를 사마리아의 지하 깊숙한 곳에 가두어 놓았다. 몇몇 어둠의 신들은 그를 다시 부활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빛의 신들의 견제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마신을 부활시키는 방법은 모두 3가지.
    첫째, 사마리아의 지하 깊숙한 곳으로부터 탄생한 화룡이 마신이 있는 곳으로 뚫고 들어가 봉인을 해제시키는 것.
    둘째, 암흑의 새로 알려진 마조 히스테라돈이 완전히 성장하여 그 괴성으로 마신의 육체를 깨우는 것.
    셋째, 태어날 때부터 몸에 흑마력을 지니고 태어나는 홀로디스 가문의 사람 중 선택받은 자가 자신의 피를 마신의 입에 흘려 넣어 그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것.

    이미 화룡은 얼마전 전신 위오에 의해 소멸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전 백마력을 소진시켰다. 뷰엘의 성스러운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그 결과 힘을 잃은 뷰엘은 세 조각으로 나뉘어져 정해진 장소에 봉인되었고, 그로 인해 사마리아의 힘의 균형이 무너져 곳곳에 사악한 몬스터들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문제는 전신 위오가 전투력을 상실한 이 시점에서 마조 히스테라돈이 투명한 알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사마리아 어둠의 신인 오세리스는 이 기회를 틈타 마신을 부활시키기 위해 대리자로 하여금 어둠의 구슬을 찾아내게 만들었다. 이를 염려했던 전신 위오는 500년 전에 어둠의 구슬을 오우란 왕성의 지하도 속에 봉인해 놓았었지만 사교의 계략에 의해 그 비물은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마신의 부활과 어둠의 구슬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흑마력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마조 히스테라돈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였다. 때를 맞추어 히스테라돈이 태어나긴 했지만 완전히 성장하기까지는 몇 백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사명도 이루지 못한 채 마력을 회복한 전신 위오의 손에 의해 퇴치될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 오세리스는 어둠의 구슬 안에 담겨 있는 마력으로 히스테라돈을 성장시킨 다음 마신을 부활시키려 한 것이다. 전신 위오가 손을 쓸 수 없을 때에... 그의 명이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수행하는 사교도들을 이용하는 것이 그에겐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그래서 사교도들 중 가장 강하고 충성스러운 인물에게 대리자의 역할을 부여했던 것이다. 어둠의 구슬을 찾아오라고...

    그렇다면 이제 로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선택의 길은 단 한 가지, 마조 히스테라돈을 퇴치한 후 어둠의 구슬을 파괴시키는 것. 완전히 성장한 히스테라돈의 울음 소리가 세 번 들려오면, 마신의 육체는 500년 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되도록이면 빨리, 조금이라도 덜 성장했을 때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로이의 대리자로서의 궁극적인 사명은 500년 전에 전신 위오조차도 해결하지 못했던 마조의 퇴치인 셈이다.

    루프라는 전신 위오가 화룡을 소멸시킬 때 잃어버렸던 명검 네이프릭스를 찾은 다음에 히스테라돈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며 로이들에게 사마리아 해에 홀로 떨어져 있는 화염의 섬으로 갈 것을 당부한다. 그 입구는 사마리아의 성전에 있으니 순간이동을 해서 다녀오라는 그녀는 과연... 로이들은 그래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마지막 의문을 가슴 속에 묻어둔 체 네이프릭스를 찾아 길을 떠난다.

    사마리아 주문을 이용해 사마리아의 성전으로 순간이동해 온 로이들은 성전의 정원에서 흰 나무의 잎사귀를 얻은 다음 성전의 본관으로 들어간다. 이전에는 독가스 때문에 내려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흰 나무의 잎사귀를 입에 물고 계단을 내려가는 그들은 전혀 독가스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계단의 종점에는 문이 하나 있다. 라일의 오카리나로 열고 들어가면 시공의 샘이 있는데 이곳에 뛰어들면 네이프릭스가 있는 장소로 순간이동해 갈 수 있다. 화염의 호수, 전신 위오가 화룡과의 혈전을 벌였던 그 장소로 향하면서 로이는 잠시 루프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본다. 그녀는 자신이 가져갔었던 수수께끼의 책과 고대의 두루말이에는 마신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했다. 쓸데없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에 가져간 것이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루프라는 그것들의 내용을 뛰어넘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화염의 호수는 비록 그 규모가 크긴 하지만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네이프릭스는 색깔과 크기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위오의 검과 모양이 같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로이가 네이프릭스를 들어 올리자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빛의 광채 때문인지 사납게 일던 용암의 파도가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아리엘의 도움으로 오우란 홀룬 왕성으로 순간이동해온 로이들, 이제는 히스테라돈이 있는 곳으로... 최후의 적인 히스테라돈이 있는 곳은 놀랍게도 위오의 검이 있던 전설의 동굴이었다. 베라 마을을 거쳐 동굴로 향하는 로이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굳은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엘리네의 복수를 위해 카이엘과 숙명의 사투를 벌였던 전신 위오의 대리자 로이,
    국왕에 의해 방랑생활을 정리하고 정의을 위해 고용된 용병기사 마리우스,
    아버지의 유명을 받들어 어둠의 구슬을 파괴하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온 마도사 아리엘.

    그들은 지금 마조 히스테라돈과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 위해 전설의 동굴로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비록 사지(死地)를 향해 가고는 있지만 앞으로 있게 될 전투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자신에 차 있는 모습들이었다. 로이들에게 위오의 계시를 전하며 잠시 여정을 함께했던 수녀 노엘, 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직스럽게 이끌어준 점술가 루프라, 자신의 과거를 자책하며 얼마남지 않은 생을 모두를 위해 보내기로 맹세한 흑마도사 크로스를 비롯해 베라 마을의 백마도사 펠시, 명대장장이 다인, 군대를 거느리고 일행을 호위해 주는 닐쿠퍼 시의 사령관 보리스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동행하고 있었기에...

    전설의 동굴은 예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일행들을 맞이한다. 입구에 버려져 있는 낯익은 시체 한 구, 그는 다름아닌 사교의 신관 요사였다. 어둠의 구슬을 가지고 사라졌던 그가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들의 짐작은 옳았다. 어둠의 구슬은 지금쯤 히스테라돈의 성장을 돕고 있으리라... 이렇게 된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로이들은 사람들의 응원을 뒤로하고 서둘러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필승을 기원하는 노엘의 두 손에는 방금 전 로이가 건네준 엘리네의 펜던트가 쥐어져 있는데...

    이제는 엘리네의 말대로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겠다. 지켜봐 달라...

    로이의 이 마지막 한마디가 애잔하게 노엘의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과거에 로이가 위오의 검을 손에 넣었던 바로 그 장소가 나온다. 동굴 내부가 한번 무너졌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보지 못했던 길이 몇군데 보인다. 히스테라돈의 미궁은 그 길들의 결절점에 입구를 열어놓고 있다. 미리 루프라로부터 받아 두었던 전설의 주문을 외우자 입구는 로이들의 출입을 허락해 주고, 마침내 그들은 히스테라돈의 미궁으로 숙명적인 첫발을 들여놓는다.

    미궁에는 4개의 방이 있는데 3곳에는 보스들이 있고 나머지 1곳에는 3개의 석상이 안치되어 있다. 방을 지키는 보스들은 바로 뷰엘을 지키던 아베키, 네브리노, 바디라. 그들의 환영과 싸워 이길 때마다 얻는 네이의 펜던트, 카이엘의 펜던트, 아프론의 펜던트를 석상들의 목에 걸면 히스테라돈이 있는 장소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 석상의 주인공들은 바로 500년 전 마신을 쓰러뜨렸던 세 명의 용사들. 석상 각각의 비문에는 이런 말이 고대어로 새겨져 있다.

    아프론의 동반자이자 우리 모두의 소중한 친구인 고르네오를 위하여...

    로이들이 순간이동해 온 곳은 한 거대한 홀, 히스테라돈은 새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네 다리를 가지고 있는 거구의 생물이었다. 로이들이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뜬다.

    방해자인가?

    로이의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 전신 위오의 명으로 너를 퇴치하러 왔다.

    그러자 히스테라돈은 한동안 킬킬거리더니 첫 번째 괴성을 지른다. 이럴수가! 벌써 성장이 완료되었단 말인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로이들에게 히스테라돈은 이것의 도움이라며 놀라울 정도로 비대해진 암흑의 구슬을 앞발로 들어 보인다. 이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두 번만 더 울면... 다급해진 로이들, 그러나 히스테라돈은 한 가지 자신의 약점을 일러주며 그들을 안심시킨다. 암흑의 구슬에 담긴 흑마력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구슬이 파괴되면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구슬만 파괴한다면... 한 가닥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그는 결국 줬던 희망마저 다시 앗아가 버린다. 암흑의 구슬을 입에 넣고 삼켜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로이들이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히스테라돈을 쓰러뜨리는 것 뿐. 단 세 번째 괴성이 터져나오기 전에...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로이의 이 한마디 외침을 신호로 그들은 일제히 히스테라돈을 향해 몸을 날린다.

    로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히스테라돈을 공략한다. 검은 화염을 금단의 비법으로 약화시키는 아리엘, 틈을 놓치지 않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로이와 마리우스. 그러나 역시 히스테라돈은 강했다. 거의 모든 마법에 견딜 뿐만 아니라 웬만한 공격에는 타격도 입지 않는다. 오직 정신력으로 끈기있게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유일한 공략법이라고나 할까... 그러는 동안 히스테라돈의 두 번째 괴성이 터져 나오고, 로이들은 차례차례 그의 일격을 받고 나가 떨어진다.

    동굴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루프라는 히스테라돈의 뜻하지 않은 괴성이 들려오자 절망에 빠진다. 너무 늦었구나! 사람들도 모두 희망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노엘은 달랐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된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힘을 모아 기도하지 않으면 용사들도 희망을 잃고 쓰러질 거라며 사람들을 격려한다. 노엘의 말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다시 모두 일어나 로이들의 승리를 기원하고, 루프라는 그런 노엘의 행동을 너무나 대견스러워 한다.

    로이들은 모두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아리엘의 생명을 건 일격에 히스테라돈도 큰 타격을 받는다. 백마원 소환주문인 카오스·프라켄에 의해 등장한 드래곤 고르네오가 히스테라돈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 성공이다! 하지만 뒤이은 히스테라돈의 반격에 그만 로이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이 때 동굴이 무너지면서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나타나자 히스테라돈은 이제 최후의 순간이 왔다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한다. 날개를 다쳤는지 생각대로 잘 되진 않지만... 문득 로이의 눈 앞에 스쳐 지나가는 노엘의 모습, 그녀는 분명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래,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 의식을 회복한 로이는 옆에 쓰러져 있는 마리우스와 아리엘에게 나직히 속삭인다. 너희들의 마지막 힘을 나에게 빌려줘... 마리우스와 아리엘은 틸·프라켄 주문으로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로이에게 전해준다. 기회는...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순간 로이의 눈에 반쯤 몸을 허공에 실은 히스테라돈이 세 번째 괴성을 지르려하는 광경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지금이다, 오르토·프라켄!

    로이의 모든 생명 에너지가 담긴 네이프릭스가 노란빛을 뿜어내며 히스테라돈의 목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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