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 작은 신들의 사투
카이엘은 성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바실레스가 전사하고 크로스마저 중상을 입고 돌아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교활한 요사의 입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오세리스의 책임 추궁이 뒤따른 그날 밤, 카이엘은 자신이 지금까지 맹신해 왔던 신의 뜻을 거스르기로 결심한다. 오세리스의 뜻은 위오의 대리자와의 섣부른 대결은 피하고 주어진 시간까지 어둠의 구슬을 지키라는 것. 그러나 카이엘은 위오의 대리자와의 재대결을 갈망하고 있었다. 꼭 내 손으로 쓰러뜨려 보이리라! 그는 위오의 대리자가 찾고 있는 어둠의 구슬을 사교의 수도원에서 오세리스의 신전으로 옮기는 계획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이는 사교 내 세력의 구심점이 요사로부터 카이엘로 넘어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교의 수도원을 본거지로 하고 있는 요사가 나에게 순순히 어둠의 구슬을 내어 줄까? 공교롭게도 이러한 그의 고민은 쉽게 해결된다. 바로 그가 그토록 유인해 내려던 위오의 대리자에 의해...
짧고도 길었던 여정을 끝낸 로이들은 이제 국왕을 알현하기 위해 오우란 홀룬 왕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국왕과 조안 왕비, 베르느 재상 그리고 수녀 노엘은 로이들이 무사히 첫번째 사명을 마치고 귀환하자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 뷰엘이 다시 그 힘을 되찾음으로써 사마리아 곳곳에서 인간들을 괴롭히던 사악한 몬스터들이 지상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 로이들이 왕성으로 돌아오던 날, 국민들은 용사들의 개선을 보기 위해 앞 다투어 거리로 뛰어 나왔다. 명실상부한 사마리아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로이들이 입성하자 국왕은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을 격려해 준다. 그리고 그 다음날, 국왕은 로이들을 아침 일찍 알현실로 소환한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재상 베르느. 그는 최근 닐쿠퍼 시의 사교도들이 시를 왕국으로부터 독립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로이들에게 보여준다. 시는 이미 사교의 세력권 하에 있습니다.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일을 벌일 수 있으니 하루 빨리 용사들을 보내 그들의 야망을 응징하십시오. 닐쿠퍼 시의 사령관 보리스가 보낸 서신이었다. 국왕은 서신의 내용을 파악한 로이들에게 지금 곧 닐쿠퍼 시로 떠나 사교의 세력을 토멸하라는 명을 내린다. 이어 마리우스에게 500년 전 전사 카이엘이 사용했던 지상 최강의 갑옷인 카이엘·메일을 하사한다. 이름이 웬지 내키진 않지만, 뭐 최강이라는데. 노엘은 전신 위오를 대신해 대리자가 수행해야 할 두번째 사명을 전한다. 오세리스의 대리자가 탈취해간 어둠의 구슬을 찾아오라... 위오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로이들은 왕명을 받들어 노엘과 함께 닐쿠퍼 시로 향한다. 신들의 대리자, 바로 그들의 숙명적인 재회의 순간은 이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닐쿠퍼 시에 도착하자마자 로이들이 들린 곳은 다름아닌 시의 관저. 사령관 보리스는 용사들에게 사교의 폐단을 역설한 후 사령관의 명령서를 교부해 준다. 이것은 로이들이 사교에 행사한 어떠한 불법 행위도 사령관의 권한으로 정당화시켜 주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작전은 속전속결, 로이들은 어둠의 구슬이 지금 사교의 수도원 안에 안치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야밤을 틈타 기습을 감행하기로 결정한다. 이젠 수도원의 출입증도 필요없다. 사령관의 명령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테니... 운명의 밤은 다가오고, 로이들은 거듭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행을 고집하는 노엘을 뒤에 남겨둔 채 사교의 수도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 간다! 수도원의 문을 폭렬 주문인 네오 킬·엘시스로 파괴한 후 로이들은 한달음에 수도원 안으로 뛰어든다. 사태를 알아차린 사교의 전사들이 속속들이 달려오지만 모두 로이들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패퇴한다. 이 무렵 요사는 카이엘과 어둠의 구슬을 어디에 안치시킬 것인가를 놓고 오세리스의 신전에서 막바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사교의 수도원이 급습당했다는 보고를 전해듣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만약 어둠의 구슬을 그들에게 빼앗긴다면? 그렇게 되면 큰일이다. 지금까지 그가 꿈꾸어 온 야망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하기 때문에, 게다가 구슬은 지금 그의 관할하에 있다. 구슬 분실에 관한 오세리스의 책임 추궁이 모두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는 급히 사교의 수도원으로 되돌아가고, 그런 그를 카이엘은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다.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눈의 가시같은 존재가 뜻하지 않게 위오의 대리자의 도움으로 제거되게 생겼으니... 로이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어둠의 구슬이 있는 방 앞까지 오는 동안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자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런데 그런 로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명의 전사들을 거느린 사교의 장로가 그들의 행동을 막아선다. 무례한 놈들이군! 신성한 수도원 안에서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로이가 사령관의 명령서를 펼쳐 보이자 할 말을 잃어버린 장로, 로이는 사령관의 명으로 어둠의 구슬을 가져가는 것이니 저항하는 자는 사령관을 대신해 응징하겠다고 호언한다. 어둠의 구슬을 향해 다가가는 로이들, 몇몇 사교의 전사들이 앞을 막아서지만 모두 그들의 일격에 쓰러지고, 공포에 질린 장로는 전사들에게 물러서라는 명령과 함께 어둠의 구슬을 내어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로이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다 줬던 어둠의 구슬, 그 통한의 비물이 다시 로이의 손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수도원으로 향하는 요사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설마! 그가 수도원에 도착하자 수많은 신도들이 보리스가 이끄는 시의 군대에 의해 압송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게 끝나 버렸구나!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몰아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그는 이내 무슨 해결책이라도 떠올랐는지 소리없이 웃기 시작한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군! 요사의 음흉한 시선의 끝에는 수도원의 입구에 서서 뭔가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노엘이 있었다. 어둠의 구슬을 사교로부터 되찾은 로이들은 보리스에게 수도원의 뒷처리를 맡기고 왕성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이 구슬을 어떻게 처리한다? 그렇다! 노엘로 하여금 전신 위오의 뜻을 물어보게 하면... 그런데 수도원 밖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그들은 점차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아니나다를까,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교활한 목소리. 용케도 어둠의 구슬을 손에 넣었구나! 전신 위오의 대리자, 나를 기억하겠나? 허공이다! 로이들이 허공을 주시하자 사교의 마도사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한 노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요사! 로이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를 속여 왕성의 지하도에서 어둠의 구슬을 탈취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어둠의 구슬은 다시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네가 진 것이다! 로이가 구슬을 들어보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요사의 반응은 전혀 뜻밖인데... 그는 당황하기는 커녕 오히려 로이들을 향해 크게 웃어 보이더니 또다시 내가 이겼다는 말만을 계속 반복한다. 영문을 몰라 잠시 머뭇거리던 로이는 그제서야 요사의 간계를 알아차린다. 노엘! 사교의 마도사들에게 사로잡힌 그녀의 모습이 달빛 사이로 나타난 것이다. 이럴수가... 예상 외의 일격을 당한 로이들은 무척 당혹스러워한다. 그러나 붙잡혀 있는 노엘은 한 치의 떨림도 없는 소리로 그들을 향해 뭐라고 외치는데... 지금 즉시 그 구슬을 파괴시켜요, 어서요! 노엘의 당돌한 발언에 요사는 노엘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구슬을 파괴시키면 이 소녀의 목숨도 파괴될 거라며 로이들을 협박한다. 마리우스는 지난날의 왕명을 떠올리며 로이에게 구슬을 파괴하라 속삭이고, 아리엘도 사마리아의 파멸을 막기 위해선 작은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며 로이의 결단을 재촉한다. 노엘도 자신의 말은 곧 전신 위오의 뜻이라며 대리자로서의 사명을 다하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 외치지만 정작 당사자인 로이는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한다. 요사는 로이의 우발적인 행동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어둠의 구슬을 파괴시켜 버린다면... 그건 완전한 그의 패배이자 파멸을 의미했다. 더 이상 놈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면 않되겠군! 결심이 선 요사는 로이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너희들의 귀여운 소녀는 당분간 내가 보호하고 있겠다.
만약 구하러 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어둠의 구슬을 가지고 오세리스의 신전으로 날 찾아와라.
섣부른 너의 행동이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리고는 로이에게 오세리스의 신전의 정문을 열게 해 주는 흑마의 문장을 던져 준다. 말을 마친 요사는 노엘을 데리고 오세리스의 신전으로 순간이동해 버리고, 로이들은 그의 비열한 행동에 땅을 치며 분통을 터뜨린다. 어둠의 구슬, 대체 이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작전상 철수한 후 대책을 강구해 보자는 마리우스의 제의에 다소 냉정을 되찾은 그들은 닐쿠퍼 시의 관저로 일단 되돌아가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사령관 보리스는 로이들이 관저에 도착하자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려준다. 루프라? 로이들은 그녀가 자신들의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몸에 힘이 넘쳐 흐르는 것을 느낀다. 사교의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해들은 루프라는 로이에게 엄숙한 어조로 어둠의 구슬을 파괴하라 말한다. 당신마저 그럴수가... 그녀는 그것이 위오의 뜻이라는 말과 함께 어둠의 구슬을 다시 그들에게 빼앗긴다면 그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밀려올 거라며 상심해 있는 그를 깨우쳐 준다. 그러나 로이는 완강히 루프라의 조언을 거부하는데... 엘리네가 죽었을 때 겪었던 슬픔을 또 다시 감당해 낼 수는 없다... 그의 태도는 너무나 진솔하고도 인간적이었다. 루프라는 그런 그의 눈에서 뭔가를 읽은 듯 잠시 명상에 잠긴다.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뜬 루프라는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숙명을 헤쳐나갈 때가 왔다고 강조한 뒤 로이들에게 최후의 결전에 대비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 명한다. 아리엘은 백마법 학교의 장로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그곳으로 떠나고, 마리우스는 루프라로부터 전해 받은 한 낡은 명검을 수선하기 위해 베라 마을의 명대장장이 다인을 찾아나선다. 로이는 루프라의 도움을 받으며 대리자의 상징인 위오의 검에 마력을 걸어두는데 여념이 없고... 최후의 결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베라 마을의 명대장장이 다인은 마리우스가 가져온 검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것은 지상 최강의 검이라고 알려진 전사의 검! 이런 검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루프라의 정체는... 마리우스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다인은 검의 손질을 마무리한다. 역시 명검은 명검이군! 이렇게 본래 모습으로 그대로 돌아왔으니... 마리우스가 다인으로부터 검을 받아 들자 그는 검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엄청난 힘을 느낀다. 오랜만에 모교이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아리엘은 백마계의 장로로부터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네이의 백색검을 하사받는다. 500년 전 대마도사 네이가 사용했었다는 전설의 검을 움켜쥔 그녀의 눈이 빛을 발하는데... 마리우스와 아리엘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돌아오자 그와 동시에 로이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이제 출발이다! 건투를 빈다는 루프라의 기원을 뒤로하고 로이들은 노엘을 구출하기 위해 오세리스의 신전으로 향한다. 화(禍)의 근원인 어둠의 구슬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오세리스의 신전은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3층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방대해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물 위에 지어진 신전이라 곳곳에 수상다리와 계단들이 놓여 있고, 간간히 보이는 조그마한 섬에는 분수대나 신상들이 세워져 있다. 신전 옥상의 어딘가에는 오세리스를 모시는 제단이 있는데 바로 그곳이 모험의 최후 종착지... 로이들은 신전의 정문을 흑마의 문장으로 열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간다. 이 때 정문이 저절로 닫히는데...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그들에게 어딘가에서 노엘은 옥상 위의 제단에서 보호받고 있으니 서둘러 올라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만 너희들이 도중에 죽어버린다면 이 소녀의 목숨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요사 이 녀석! 우리를 신전 안에서 제거한 후 어둠의 구슬을 되찾아 가겠다는 속셈이군... 반드시 제단까지 살아서 도착해야만 하는 로이들,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전 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이템은 바로 홀로디스의 유품들, 이것이 없으면 앞으로의 진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또 체력과 마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모험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백마원 주문인 프라켄은 최악의 경우에만 사용한다. 웬만한 몬스터들은 판 계열의 공격 주문으로도 충분하다. 초반에 얻을 수 있는 티누스의 망토는 방어력 상승과 동시에 마법 피해 반감 효과도 지니고 있으므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신전의 내부에는 수많은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다. 신전 2층의 한 보물 상자 속에 붉은 망치와 못이 들어 있는데 이를 신전 중앙의 조그마한 섬에 홀로 서 있는 신상의 머리에다 박으면... 신기하게도 신전 내의 모든 함정들이 작동을 멈춘다. 가까운 곳에 제단이 있는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곳까지 가려면 상당한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신전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면 모험 진행에 필요한 5가지의 고대 비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비문의 내용은 바로 종전의 신전 내 트랩에 관한 것. 드디어 제단이 있는 3층 건물에 도착한 로이들, 그런데 그 안에는 굵은 기둥 하나가 건물 중앙에 위치해 있을 뿐 계단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두 번째 비문의 내용이 필요하다. 제단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둥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섬광의 조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섬광의 조각, 어디에 있지? 막연히 그냥 찾아나설 수도 없고... 이 때는 세 번째 비문의 내용과 네 번째 비문의 내용을 종합하면 행동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섬광의 조각은 신전의 지하에 있지만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독수(毒水)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거룩한 여신상을 그 물에 담그면 독이 정화되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 지하로의 계단은 신전 외딴 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1층 건물에 있다. 우선 첫 과제는 거룩한 여신상을 손에 넣는 것. 여신상은 신전 동쪽의 한 3층 건물 안에 있다. 그러나 보물상자가 있는 3층을 보이지 않는 괴수 하이딜이 지키고 있어 여신상을 얻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뭔가 보여야 싸우지! 마지막 다섯번째 비문 속에 바로 그 해답이 들어있다. 유리 주전자에 물을 담아 보이지 않는 괴수에게 던지면 그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 그러나 주전자에 담을 수 있는 물은 오직 신전 서쪽에 있는 분수대의 물 뿐. 유리 주전자가 있는 방은 고대인의 봉인이 걸려 있으므로 라일의 오카리나를 이용하면 된다. 유리 주전자에 분수대의 물을 듬뿍 담은 로이들은 다시 하이딜이 있는 3층 건물로 향한다. 미리 준비된 유리 주전자를 하이딜에게 던지자 그 흉칙한 실체가 드러난다. 눈에 보이는 이상 우리의 적수가 못된다... 결국 로이들은 하이딜을 쓰러뜨리고 거룩한 여신상을 손에 넣는다. 신전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1층 건물은 그냥 평범한 창고. 그러나 내부를 청동 거울로 비추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내려가 보면 바닥에 독수가 흥건히 고여 있는 광경이 로이들의 눈에 들어온다. 만약에 그냥 들어간다면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쫙 빠지므로 조심. 로이가 거룩한 여신상을 물 속으로 던지자 그 속에 녹아 있던 독기가 모두 사라진다. 드디어 로이들은 노엘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데려다 줄 섬광의 조각을 손에 넣게 된다. 제단이 있는 3층 건물로 다시 돌아와 기둥 앞에 선 그들의 가슴 속은 숙명적인 설레임과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엘, 조금만 기다려라! 이 로이가 구해줄테니... 기둥의 한쪽 모서리에 박힌 섬광의 조각은 로이들을 순식간에 제단 위로 올려보내 준다. 그곳에는 오세리스의 대리자 카이엘, 흑마도사 크로스, 신관 요사와 수십명의 사교의 전사들이 로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노엘도 함께... 카이엘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전신 위오의 대리자! 이곳까지 무사히 올라오다니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로이는 그런 그에게 대답 대신 어서 노엘을 풀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요사는 어둠의 구슬이 먼저라며 로이의 요구를 묵살해버리는데... 결국 양측이 합의한 것은 동시 교환, 잠시 후 어둠의 구슬과 노엘은 서로 그 위치를 순조롭게 바꾸는데 성공한다. 다시 어둠의 구슬이 사교의 손으로 넘어오자 요사는 뛸 듯이 기뻐한다. 이 때 로이가 그런 요사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어둠의 구슬은 다시 우리 손 안에 들어올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곧 너희들을 모두 저 세상으로 보내줄테니까! 카이엘은 그런 로이의 발언에 자극을 받은 듯 차갑게 맞받아친다. 글쎄, 과연 그렇게 될까? 옆에 있던 크로스도 한마디 거든다. 정말 목숨이 질긴 놈들이군, 흑마원 소환 주문을 맞고도 아직 살아 있다니... 아리엘은 그 말을 듣자 울화가 벌컥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크로스의 신경전에 말려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리우스가 그 흐름을 끊기 위해 대결을 제의하는데... 긴 말은 이제 필요없다. 더 이상 시간을 벌려고 하지마라!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자 카이엘은 요사에게 넌지시 눈짓을 준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너희들을 이곳까지 유인할 생각은 없었지만 너를 쓰러뜨림으로써 대리자의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교의 전사들에게 대리자간의 사투에는 끼어들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다. 3대 2인가? 그렇다면 우리쪽이 한 명 더 필요하군. 크로스는 또다시 흑마원 소환주문을 구사한다.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켜가면서... 카오스·람피스토 홀로디스! 그러자 시공의 터널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흑마기사 하나가 로이들 쪽으로 걸어 나온다. 홀로디스의 유품을 후세에 남겼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숫적으로 양측이 동등해지자 대리자들 간의, 이른바 작은 신들의 사투가 시작된다. 전투가 시작되자 요사는 어둠의 구슬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전신 위오의 대리자인 로이는 오세리스의 대리자인 카이엘과, 마리우스는 소환된 흑마기사 홀로디스와, 아리엘은 흑마도사 크로스와 결전을 벌인다. 아리엘과 크로스의 라이벌전, 10년 전에 실과 길이 약속했던 두 제자간의 대결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이 약속했던 10년 후 바로 그 날에 벌어지고 있었다. 로이와 카이엘의 대결은 그야말로 총력전, 일진일퇴의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치열한 접전이 계속 된다. 먼저 전투가 끝난 쪽은 아리엘, 네 손으로 너의 스승을 죽인거라는 그녀의 말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크로스는 뒤이어 날아온 아리엘의 일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치명상을 입는다. 완강하게 부인해 보지만 계속되는 아리엘의 분노어린 다그침에 그녀는 마침내 북받쳐오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크로스가 전의를 상실하자 그녀가 소환했던 홀로디스는 다시 시공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덕분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마리우스는 운좋게 위기에서 벗어난다. 모든 것이 끝났구나... 순간 로이의 검이 카이엘의 몸을 가른다. 이럴수가 내가... 내가 지다니! 카이엘은 자신의 검을 떨어뜨린 채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그는 최후의 순간까지 오세리스에 대한 맹신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로이에게 패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승복하는 남자다운 일면을 보여 주는데... 오세리스의 검이 지닌 엄청난 힘에 의해 조종당했던 그는 로이에게 자신을 검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다. 그의 명복을 빌어준 후 로이는 카이엘을 지배해 왔던 오세리스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내리쳐 부숴 버린다. 산산조각 나버린 두 대리자의 검은 사명을 마친 대리자들의 엇갈린 운명과는 달리 그 운명을 함께 한 것이다. 크로스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제단에 안치되어 있던 오세리스의 신상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시킴으로써 사교와의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러나... 어둠의 구슬을 가지고 있던 요사의 행방은, 아직도 대리자의 사명이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나 때문이라며 자책하는 노엘은 로이의 가슴 속에 얼굴을 묻어 버리고, 그런 노엘을 아무말없이 안아 주는 로이... 사교를 멸망시킨 것만으로 자위하며 로이, 마리우스, 아리엘, 노엘, 그리고 크로스는 루프라와 함께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오우란 홀룬 왕성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요사는 지금 암흑의 구슬을 품에 안은 채 전설의 동굴로 향하고 있다. 오세리스는 위오의 대리자로부터 어둠의 구슬을 다시 넘겨 받은 그에게 최후의 계시를 내렸다. 계시는 로이와 카이엘이 사투를 벌이는 동안에 행해졌으며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아직 때가 이르지는 않았지만 때를 앞당기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전 흑마력을 끌어내어 구슬 안으로 집어 넣으며 요사에게 명한다. 이 암흑의 구슬을 가지고 어서 전설의 동굴로 가라.
그곳에 살고 있는 내 친구에게 이것을 갖져다 주기만 하면 네 임무는 모두 끝이 난다. 어둠의 구슬에 비해 더 커지고 무거워진 암흑의 구슬, 요사는 그 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힘에 이끌린 나머지 로이가 카이엘을 쓰러뜨렸을 때를 즈음해서 소리없이 신전을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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