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세 조각 난 비물에 대하여



    오우란 홀룬 왕성을 뒤로 한 로이, 마리우스, 아리엘, 노엘은 여정의 첫 행선지로 왕국 남부에 위치한 항구 미노아를 택한다. 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리우스가 국왕으로부터 하사받은 홀룬의 보검을 처분해 여행에 쓰일 비용을 마련했고, 국왕이 내린 보물 상자 속에는 거의 모든 문이나 상자를 열 수 있게 해 주는 왕가의 열쇠가 들어 있어 일행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 주었다. 여관을 잡고난 후 로이들은 뷰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우연히 노엘이 본 한 여인, 그녀는 점술가였다. 간판을 정성들여 닦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노엘은 무엇을 느꼈을까?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노엘에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다. 그러나 그녀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남긴 말은 충격적이었다. 아가씨의 세 친구들은 어느 정도 사악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결국 그날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날이 저물고 만다.

    다음날 노엘은 세 명을 데리고 점술가의 가게로 향한다. 한가하게 점이나 보러 오지는 않았을 테고... 그녀의 첫 인사였다. 루프라라고 이름을 밝힌 그녀에게 노엘은 어제했던 말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먼저 정체를 밝히라는 루프라, 노엘이 모든 것을 숨김없이 이야기하자 그녀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교, 그녀의 느닷없는 자질 미달 발언을 듣고 셋은 그런 루프라의 권위적인 태도에 몹시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루프라는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라며 냉정하게 대답하는데... 주위에 정적이 감돌자 그녀는 맨 처음 노엘이 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흑마력을 몸에 지닌 자는 백마력의 봉인을 풀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로이들은 흑마력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 닥칠 흑마력과의 싸움을 이겨 내려면 홀로디스의 성에 전해 내려오는 홀로디스의 유품들이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유품 속에 담겨 있는 흑마력이 그런 공간 내에서의 움직임을 자유스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악해지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 말을 끝낸 루프라는 로이에게 앞으로의 여행에 필요할 거라며 대리자의 증표를 건네준다. 동시에 마리우스가 전설의 동굴에서 발견했던 수수께끼의 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냥 가져가버린다. 위오의 계시를 받은 것은 노엘 뿐만이 아니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루프라는 일행이 가게를 나서자 곧바로 문을 잠궈 버리고, 로이들은 좋든 싫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홀로디스 성으로 출발한다.

    500년 전, 사마리아 왕조의 멸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왕가 홀로디스. 그 조상이 마계의 피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후손들은 태어날 때부터 몸에 흑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힘은 보통의 인간들보다 월등했고, 그러한 이유로 오랫동안 인간을 지배하는 혈족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낡은 고성만이 그 옛날의 영화가 그리운 듯 홀로 서 있다. 성은 본래 지상 13층, 지하 4층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많이 훼손된 관계로 현재는 지상 3층, 지하 1층만이 성의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성에 들어선 로이, 마리우스, 아리엘은 서로 노엘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해 가며 홀로디스의 유품을 찾아내는데 온 힘을 쏟는다. 2층의 한 보물상자 속에서 홀로디스의 팔찌를, 한 여인상이 걸고 있는 홀로디스의 목걸이는 3층에서, 그리고 남은 하나인 홀로디스의 반지는 지하 1층의 감옥 안에서 각각 얻을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숨겨진 지하로의 계단이 있는데 이를 따라 내려가면 지하 4층의 거대한 방 앞에 도달하게 된다. 문 앞에는 고어로 무언가가 씌어진 두루마리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으니 주의. 성에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기 위해 1층으로 다시 올라온 로이들, 그런데 들어올 때에는 보지 못했던 커다란 철갑옷이 입구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리우스가 다가서자 갑자기 철갑옷이 일어나 일행을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한다. 순간 당황하지만 다시 냉정을 되찾은 로이들은 접전 끝에 그 철갑기사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한다. 입구가 다시 열리고, 열린 문 틈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그들의 첫 승리를 축하해 주기라도 하듯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다시 미노아 항구로 돌아온 일행은 루프라를 만나기 위해 가게를 찾는다. 로이들이 멋지게 임무를 완수하자 루프라는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루나의 허리띠를 그들에게 준다. 두루마리에 대해서는 역시 도움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보관하고 있겠다며 가져가 버리는데... 루프라는 이제 서서히 전사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 로이들에게 본격적으로 뷰엘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준다. 본래 뷰엘이 있었던 곳은 미노아 항구 남쪽 바다에 있는 뷰엘의 안개탑, 그러나 지금의 뷰엘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백마력을 모두 소모시킨 후 세 조각으로 나뉘어 사마리아 각지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다시 뷰엘의 힘을 회복시키려면 분리된 조각들을 다시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데... 문제는 뷰엘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장소를 모른다는 것이다. 루프라는 안개탑에 있는 뷰엘의 석판에 그 장소가 기록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석판의 비문을 읽으려면 고어를 알아야 하므로 먼저 고어를 배워야 한다는 전제를 붙인다. 다음 행선지는 오우란 왕국의 남동쪽에 위치한 트리넬 시, 그곳에 살고 있는 고고학자 룬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 로이들은 룬을 만나기 위해 다음날 곧바로 트리넬 시로 떠난다.

    사마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고고학자로 알려진 룬, 그라면 전설의 동굴에서 손에 넣었던 수수께끼의 책과 홀로디스 성에서 발견한 두루마리의 비밀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행의 발걸음을 더욱 더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는 역시 기대로 끝나고 만다. 룬은 로이들에게 뭔가를 숨기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지만 대신 중요한 정보를 하나 제공해 준다. 사마리아의 고어를 배우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고대인의 가면을 사용하여 읽어 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그 가면은 지금 트리넬 시 북쪽의 고대 유적 어딘가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대의 몬스터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행은 고대인의 가면을 얻기 위해 인적이 끊긴 고대 유적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유적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숲속으로 뻗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는 일행의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 고대의 몬스터들이 얼마나 흉폭하고 무시무시한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이다 보니... 그러나 노엘만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는지 계속 셋을 앞질러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딘가에서 맑은 오카리나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에 심취한 노엘은 일행을 뒤에 남겨둔 채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노엘이 사라진 사실을 안 로이는 무척 당황해하는데... 각자 흩어져 찾아 보자는 한마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숲속으로 뛰어드는 그를 보고 마리우스와 아리엘도 각기 숲속으로 몸을 던진다. 노엘을 발견한 사람은 오카리나 소리를 듣고 따라간 아리엘, 노엘의 곁에는 오카리나를 손에 쥔 한 집시소녀가 앉아 있었다. 아리엘이 찾았다는 신호를 보내자 마리우스와 로이가 차례차례 도착한다. 노엘은 태연하게 웃으며 소녀의 이름이 니나라고 일행에게 알려주는데 여기서 예상치 않았던 일이 벌어진다. 로이가 노엘의 뺨을 때린 것이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정말로 버려 두고 갈 거라는 로이의 말에 갑자기 주위에 정적이 감돌기 시작한다. 마리우스가 로이의 행동을 질타하지만 로이는 아리엘의 품에서 울고 있는 노엘을 뒤로한 채 숲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니나는 일행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들을 집시들의 거처로 안내해 주겠다는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는 아리엘의 말에 노엘은 그만 고개를 숙여 버린다.

    집시들의 거처에 도착한 마리우스와 아리엘은 노엘을 데리고 집시의 장로를 만나러 간다. 니나로부터 소개를 받은 장로는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잠시 머물 숙소 또한 제공해 준다. 마리우스는 로이를 찾으러 숲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의 눈에 비춰 진 로이는 몹시 괴로운 듯 했다. 마리우스와 로이는 잠시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집시들의 거처로 돌아온다. 아리엘과 함께 밖에 서 있던 노엘은 로이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지만 로이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숙소로 들어가버린다. 밤이 찾아오고, 마리우스는 아리엘과 낮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로이가 노엘에게서 엘리네의 흔적을 느낀 것 같다...

    마리우스의 이 한마디는 그 의미가 매우 컸다. 다음날, 유적으로 출발하는 일행에 노엘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에 부담을 주기 싫다...

    그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로이는 노엘을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맡은 임무를 다하라는 그의 말이 노엘의 마음을 굳게 다잡아 준 것일까? 어쨌든 일행은 다시 고대인의 가면을 손에 넣기 위해 유적으로 향한다. 비록 침묵의 연속이긴 했지만...

    무너진 돌기둥, 타다 남은 석조 건물 몇 채가 유적의 전부이긴 했지만 그 규모는 상당했다. 유적 중앙의 광장까지 가는 동안은 그다지 강한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위에는 알 수 없는 살기가 계속 감돌고 있어 잠시라도 눈을 딴 곳으로 돌릴 수 없는 상황. 광장에 이르자 신전처럼 보이는 석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저 안에 고대인의 가면이... 그러나 건물 안의 보물 상자 속에는 하늘색을 띠고 있는 오카리나 하나가 들어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고대 유적 안에는 고대인의 가면이 없다는 소리. 허탈한 표정으로 로이들은 광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광장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갈증을 참지 못한 마리우스가 물을 마시러 분수대로 다가가는데, 한 장치를 건드리자 나오라는 물은 나오지 않고 대신 한 무리의 고대의 몬스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숫자가 너무나 많다... 몬스터들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더니 분수대에서 이상한 빛이 나오자 일제히 공격을 해 온다. 전투 능력이 없는 노엘을 전신으로 보호해 준 로이의 활약으로 탈출의 돌파구를 만든 일행은 천신만고 끝에 유적에서 무사히 나오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데...

    트리넬 시로 다시 돌아온 로이들은 룬을 찾아가 유적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준다. 룬은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유적에서 손에 넣었다는 오카리나를 보여달라고 한다. 역시... 라일의 오카리나! 탄성을 연발하던 룬은 유적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오카리나로 고대인의 봉인을 해제 시키라고 알려준다. 라일의 오카리나는 고대인들의 열쇠와 같은 존재라나... 그러나 일행 중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때 뇌리에 스치는 한 사람,

    그렇다! 집시소녀 니나가 있었지.

    일행은 서둘러 니나가 있던 집시들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긴다. 니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노엘에게 오카리나 연주 방법을 가르쳐 주고, 만반의 준비가 끝나자 로이들은 유적 중앙의 광장에 있던 분수대로 달려간다.

    연주 무대치고는 너무 넓었지만 노엘의 오카리나 연주는 광장의 분수대를 침묵으로부터 해방시키기에 충분했다. 연주가 끝나자 분수대 바닥이 갈라지며 석실의 입구가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석실의 계단을 통과하자 긴 복도가 이어지고 그 끝에는 보물 상자가 하나 놓여져 있다. 고대인의 가면은 바로 이런 과정들을 거쳐 로이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석실을 나서자 광장엔 다시 고대의 몬스터들이 로이들과의 일전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인가? 그 때 노엘의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지고, 분수대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자 고대의 몬스터들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 버린다. 그들이 지난번에 싸웠던 상대는 실체가 아닌 허상이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목적지는 세 조각난 뷰엘의 위치를 알려줄 석판이 있는 안개탑. 미노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면 되는데, 오랜만에 돌아온 미노아 항구에는 최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바다에 괴물들이 자주 출몰하는가 하면 낮엔 짙은 안개까지 껴서 배들이 항구에 발이 묶여 버린 것. 일행은 갈길이 막막하자 일단 루프라를 만나러 가는데... 어라! 출타 중이라니. 가게에는 루프라의 부재를 알리는 쪽지만이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이젠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술이나 마시러 가자는 마리우스의 제의에 일행은 선술집에 여장을 풀기로 결정한다. 식사를 마치고 술을 마시려 하는데 건너편 테이블의 도박판에서 하는 이야기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내가 돈을 모두 잃어 걸 것이 없어지면 내 배라도 내어 주겠다. 그 말에 솔깃해진 마리우스, 종업원을 불러 그 자의 정체를 물어보니 무슨 배의 선장이라나... 로이와 마리우스는 순간적으로 눈빛이 달라지더니 아리엘과 노엘을 남겨두고 도박판으로 자리를 옮긴다. 선장의 이름은 윌, 미노아 항구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도박꾼이라는데... 로이와 마리우스가 한 게임하자고 제의하자 윌은 풋내기와의 게임은 사양하겠다며 여유마저 보인다. 그러나 판이 시작되자,

    어쭈! 이거 장난이 아닌데?

    그로부터 2시간 후, 게임은 정말 윌의 말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로이와 마리우스가 신기에 가까운 게임 운영으로 불과 2시간만에 윌을 파산시켜 버린 것이었다. 윌은 자신의 배까지 날리게 되자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도박판을 파하고 윌을 진정시킨 일행은 그에게 한가지 일만 도와준다면 도박에서 잃은 돈과 함께 배까지 돌려주겠다고 슬며시 말을 꺼낸다. 그 말에 윌은 무슨 짓이든지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그 일이라는게 일행을 안개탑까지 배로 데려다주는 것이라고 하자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린다. 결국 안개탑까지의 호송을 책임지기로 약속한 그는 밤이 안개가 끼지 않아 다소 안전하다며 오늘밤 당장 일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데...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로이들은 안개탑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항해는 길지 않았지만 몬스터들의 출몰에 일행은 안개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윌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신들에게 기도를 드렸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안개탑에 도착하자마자 윌은 일행이 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항구로 돌아가 버린다. 저승에서 서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나. 탑은 5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져 주위의 사물조차 분간하기가 어려워진다. 2층에서 얻는 푸른빛의 망토는 속도 상승의 효과가 있어 전투시에 유리하다. 또 3층의 한 보물 상자에는 젖은 안개의 종이 들어있는데 이것으로 탑 내부에 드리워져 있는 안개를 모두 걷어 버릴 수 있다. 드디어 석판이 있는 5층까지 올라온 로이들은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방으로... 그런데 웬 자욱한 안개? 젖은 안개의 종을 울려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고, 안으로 한발짝 다가서자 갑자기 안개속에서 섬짓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안개의 정령 올진, 바로 미노아 항구 주위의 안개와 몬스터들을 조종해온 배후였다. 힘겨운 사투 끝에 올진은 로이들의 칼에 쓰러지고 방안에 자욱했던 안개는 모두 사라져 버린다. 이제 뷰엘의 석판이 안개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고대인의 가면으로 석판의 비문을 읽어 내려가던 노엘의 얼굴은 마치 새벽을 가르는 여명처럼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세 조각난 비물의 위치가...

    사마리아 지하의 뷰엘은 자레스 왕조의 왕성에 있는 왕가의 지하무덤에,
    사마리아 지상의 뷰엘은 미레제 섬에 위치한 네브리노의 미궁에,
    그리고 사마리아 천상의 뷰엘은 사마리아 최고의 성지인...

    그 다음은 비문이 소실되어 읽을 수 없었지만 노엘은 미레제 섬에 사마리아의 성전이 있어 아마 그 곳을 가르키는 것 같다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조각난 뷰엘을 찾기 위한 진정한 여정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탑을 나서자 아침 햇살 속으로 미노아 항구의 모습이 나타난다. 안개는 이미 지난 밤의 어둠 속으로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불현듯 스치는 불길함,

    아차, 배가 없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 배를 몰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다름 아닌 일행을 안개탑까지 데려다 줬던 윌이었다. 항구의 안개를 모두 걷어 준 로이들을 모셔가기 위해 왔다며 어서 배에 오르라고 재촉하는 그에게 마리우스가 어젯밤의 기도 이야기를 꺼내자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런데 당신들 도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을 한거요?

    항구에 도착한 로이들은 다시 루프라를 만나기 위해 가게로 가 보지만 그곳은 웬 낯선 사람이 한창 개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곳의 전 주인이 노엘이란 사람 앞으로 맡겨 왔다며 일행에게 편지를 한 통 전해 준다. 노엘은 편지를 읽고 나서 일행에게 편지의 내용을 알려주는데...

    이제 노엘의 임무는 모두 끝났다.
    위오의 용사들 스스로 숙명의 여정을 완수하라.
    지금 즉시 자레스 왕조로 떠나라.

    노엘은 또 루프라가 기나긴 여행을 시작했다는 말과 함께 훗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로이들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루프라, 그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의문을 간직한 채 일행은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이면 노엘과도 작별이다. 그녀는 다시 오우란 홀룬 왕성의 수녀원으로, 나와 마리우스, 아리엘은 자레스 왕조로... 그날 밤 로이는 노엘로부터 라일의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법을 전수 받는다. 그리고 작별의 순간 노엘은 로이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자신이 로이 대신 엘리네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떠나가는 노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이는 뭔가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다음날 일행은 자레스 왕조에 떨어져 있는 조각난 뷰엘을 찾기 위해 다시 트리넬 시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무렵 요사는 오세리스의 계시를 카이엘에게 전하고 있었다.

    어둠의 구슬이 동원될 순간까지 시간을 벌어라.
    위오의 대리자가 뷰엘을 찾지 못하도록 막아라.

    카이엘은 위오의 대리자가 뷰엘을 찾아 지상의 힘이 균형을 이룬 후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싶다고 말하지만 요사는 계시를 앞세워 카이엘의 승부욕을 무마시키려 한다. 오세리스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고심하는 카이엘, 그는 결국 신의 뜻을 받들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두 심복을 방 안으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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