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처럼



    1987년,
    누나의 전유물이었던 피아노를 뺐었다.
    누나 손 잡고 피아노 학원에 놀러갔던 기억이 난다.

    1988년,
    누나 대신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프레데리크 쇼팽에게 흠뻑 빠졌다.
    그리고... 작곡장이 생겼다.

    1989년,
    MSX2 계열의 8비트 컴퓨터가 생겼다.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주말만 바라보며 한 주를 보냈다.

    1990년,
    친구 집에서 처음으로 Ys 라는 게임을 봤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Ys IV 의 이야기를 쓰며 혼자 즐거워 했다.

    1991년,
    3년 넘게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그만뒀다.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기계어 잘하는 동네 형한테 배워 보려고 밤 늦게 돌아 다니다가 엄마한테 혼났다.

    1992년,
    신해철의 광적인 팬이 되었다.
    Ys II 살몬의 신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교육방송 보면서 일본어 독학 시작한 지 반년이 흐른 후 엔딩을 볼 수 있었다.

    1993년,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일본어 공부도 그만 뒀다.
    대학가면 모두 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란다.

    1997년,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
    한 소프트웨어 공모전에 시나리오를 응모했다.
    코무로 테츠야의 테크노 사운드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998년,
    첫 번째 공연에 참가했다.
    첫 번째 곡이 만들어졌다.
    악기상가에서 중고 키보드를 구입했다.
    공연에서 자작곡을 처음으로 연주했다.

    2002년,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서울로 상경했다.
    아타나시아 개발팀 클라이언트 파트의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2003년,
    앨로드 오프닝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앨로드 개발팀 클라이언트 파트로 정직 발령이 났다.
    모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여 귀향했다.

    이제

    바라보기만 했던 뭔가를
    직접 찾아나설 때가 된 것 같다.
    마치 새로운 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처럼

    다시금 시험의 거친 파도 위에
    운명이란 배와
    실력이라는 노와
    한계라는 닻을 가지고
    조심스레 나 자신을 맡긴다.

    무사히 다음 항구에
    닻을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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